나랏말씀 6호             마지막 선비           李 翰 烈            


마지막 선비 - 고문옥 교육국장님 -

                                                            李 翰 烈

 
      사도의 부재로 백묵의 빛 누렇게 바랜 처용의 도시에 님은 몇 안 남은 청솔 위를 나르셨던 백로였습니다 삼고초려 하면서 모셔왔다는 중광(中光)님의 안목에 갈채를 보냅니다 그의 카리스마의 안광이 님의 그림자로 더욱 발한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습니다 님께서 노트북 가방을 툭 열면 사람 기르는 고뇌의 빛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던 그 명징한 시간들이나 우리의 방패막이로 바람 잘 날 없는 나날이었지만 울산교육의 뿌리는 튼실하게 내려지고 있었습니다 우린 상하라는 수직관계였지만 결재 서류 속으로 언뜻 언뜻 비치던 조선 선비의 고매한 인품을 결재하던 때가 진정 우리를 스승답게 돌아보게 하던 때였습니다 님께서 스스로 죽비가 되어 바르게 금 그어 놓으셨던 그 자리에 그 비워 두었던 서너 달, 님의 체취 가시기도 전에 님 앞에서는 발톱을 숨기던 무리들이 쇠파리처럼 달라붙어 금을 지웁니다 님의 깊고 푸른 예견은 늘 지니고 다니셨던 알찬 정보만큼이나 정확히 꿰뚫었습니다 과연, 남 앞에서 점잖은 척하고 해박한 이론과 지식을 갖추고 사표라 칭하며 큰 상까지 받은 가면을 쓴 탐리(貪吏)들이 순리에 칼질하면서도 고개 빳빳이 치켜들며 검은 사욕(邪慾) 스스럼없이 채웁니다 고고한 붓의 자존심 지켜 우리가 힘겨울때 등받이가 되어 주셨던 님이여 님의 아쉬운 명퇴 잡을 수도 없었지만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님의 빈자리에 님처럼 속내 정갈한 학 한 마리 앉는다는 반가운 소식 날아들고 있습니다 수채화 속의 비 내리는 해운대 어느 목로주점에서 사람 걷는 길에 대해서 결재 받을 날을 임의로 정해 놓기도 하는 우리들은, 님의 의로웠던 여정을 밟고 싶은 우리들은 결코 님을 잊지 못할 겁니다. 2001. 8 李翰烈 : 울산내황초등학교 교장 / 울산작가회의 회장
      - 나라말씀 6호.2005 / 울산초등국어교육연구회 편 76페이지 -

愚石 李翰烈님
다른글 보기
술맛나는 안주로 씹히는 교장 고매한 조선 선비 고문옥 ---


***